K시 기차역에서 거대한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사채업자는 보상금을 타 내기 위해 현수를 사고의 희생자로 처리하고 신병을 인도해 갔다. 엄마가 쓴 사채로 인해 여섯 살이었던 어린 현수는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고 만 것이다. 현수보다 일곱 살 많은 누나 미수는 갑작스러운 동생의 죽음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가난한 외톨이로 살았다. 현수는 조직의 일을 도우면서 어느덧 열여덟 살이 되었다. 소년은 곧 성인이 되지만 여전히 세상에 없는 존재다.
현수를 데려간 조직의 보스는 서류 위조 브로커로 현수를 키웠다. 버림받은 채 맹목적인 복종 속에서 폭력을 일삼는 형들 틈에서 현수는 냉혹한 생존의 규율을 체득했다. 눈물을 참아야 형들에게 맞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수는 1년에 한 번씩 메모리를 포맷하는 망각 기계라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꺼지지 않는 노트북”이라고 부른다. 현수에게는 매 순간이 미션이고 게임이다. 세상에 없는 존재인 현수 자신은 세계의 버그(bug)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수는 복수를 꿈꾸는 괴물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수가 살고 있는 원룸을 몰래 찾아가 그녀의 삶을 조용히 돌보아 준다. 그리고 빈방에서 누나의 냄새와 흔적, 블로그의 글 등을 통해 잊었던 천국, 숲의 이미지를 찾아간다.
빌딩 로비의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미수는 언젠가부터 생필품들이 표시 나지 않을 만큼 조금씩 채워지곤 하는 것을 느꼈지만 헤어진 연인 윤이 몰래 다녀간 것으로만 생각한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한 윤은 꽤 지명도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공무원 시험과 취업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미수와 같은 빌딩에서 보안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새벽, 윤은 병원에서 퇴원한 미수를 데리고 그들이 근무하는 빌딩의 지하 쇼핑몰로 들어간다. 미수와 윤은 아무도 없는 쇼핑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액세서리를 달아도 보고 침대에 눕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쇼핑몰 침대 위에서 잠든 채 경비들에게 발견되어 빌딩의 소유주에게 얻어맞고 쫓겨난다. 그리고 뒤늦게 동생이 살아 있었음을 알게 된 미수는 현수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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