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짓밟은 국가폭력
망각된 ‘삼척가족간첩단 사건’을 파헤치다
YH노조가 신민당사에 돌입하던 8월 9일, 그리고 부마항쟁이 시작된 10월 16일은 1979년의 가장 중대한 공안사건 두 개가 발표된 날이기도 했다. 후자는 널리 알려진 남민전 사건이었고 전자는 거의 망각되다시피 한 삼척가족간첩단 사건이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YH와 부마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보면 공교롭기 그지없다.
1965년과 1968년 남파된 진형식을 돌봐준 가족과 고종사촌의 일가가 10여 년 뒤에 갑자기 체포되고 일사천리로 2명 사형, 10여 명 징역형이 확정되었다. 온갖 고문과 협박 끝에 나온 수사결과는 모순투성이였고 수사기록에 나타난 간첩단의 활동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36년 뒤인 2016년, 대법원은 전원 무죄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다. 이 책은 이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을 기원에서부터 전개와 실상, 이후 피해자들의 삶,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고 깊이 있게 파헤친다.
대한민국은 아무런 책임도 없이 이 사건을 조작하고, 사건의 발생과 처리·복귀과정에서 철저히 빠져나가고, 유죄ㆍ무죄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국가에게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 그 정당성에 굴복했다. 지금도 피해자들은 대한민국의 사과도 못 받은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간첩을 만들고자 하는 권력의 의지와, 간첩이 아니고자 하는 대중의 공포가 만나는 곳에서 삼척 사건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40여 년 전 삼척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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